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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 김소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이상화 김소월/한용운/이육사/윤동주/이상화: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2019). Media Changbi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낯설게 다가오는 글씨체마저도 고와 보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들의 시를 읽고 있지만 그 간격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같은 글임에도 이들과 같은 마음을 담지 못하는 나의 글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같은 나라의 같은 곳에서 같은 글을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깊이를 담아온 글 앞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불었던 거센 풍파에도 고요함을 유지하는 조용한 시구들은 전혀 힘을 잃지 않았다. 크기가 어떠한 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단 한 장의 종이 위에도 피어나는 고결한 마음들이 가득하기만 하다. 어떤 투철한 마음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언제고 항상 같은 나라에 .. 2020. 12. 21.
개의 심장 - 미하일 불가꼬프 미하일 불가꼬프: 개의 심장(2013). Changbi Publishers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가 없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불안정한 어떤 시기를 다룬 문학들이 늘 그렇듯이 감내를 해야 하는 부분인 걸까 하고 생각을 해보려 하지만 여전히 이건 아니라는 반감이 솟는다. 문제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샤리꼬프처럼 뇌가 이상해졌다 여기고 생각을 잠시 멈추고 보는 게 그나마 정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교수 필리쁘 필리뽀비치의 모습은 처음부터 어딘가 의심을 갖게 한다. 소위 '돌팔이' 의사처럼 보이지만, 당대에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였을 터. 의사를 찾는 환자들에게 어딘가 아픔과 이상이 있는 것은 당연하나, 이 환자들의 모습은 기이해 보이기만 한다. 어딘가 기쁨에 차고,.. 2020. 12. 14.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 정미진 정미진: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2020). Media Changbi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여행에 환상이 담길수록 답답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고, 현실이 옥죄어 올수록 환상이 짙어져 갔다. 책에는 여섯 개의 나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여행. 그것도 낯선 사람이 가득하고 알아듣지 못할 말이 흘러나오는 타국으로의 여행은 환상을 담아내기에 참 적절한 그릇이었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다른 목표로 시작한 것이지만 모두들 비슷하게 다르지 않은 환상을 겪었다. '일종의 자학적인 행위'로까지 비칠 수 있는 것을 여행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끊임없이 계속해서 자신을 외로움으로 몰아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다. 외로움에 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 2020. 12. 7.
전락 - 알베르 까뮈 알베르 까뮈: 전락(2019). Changbi Publishers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가식과 인위에 대해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가 있을까. 언제나 우리의 삶이 곱게 포장되어 있어 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뒤집어 버리는 반전에 대해 늘 꿈꿔온 것 같다. 그래서 종종 등장하곤 한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위선이 그대로 드러난 추악함을 보이게 되는 장면들. 끌라망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 변곡점이 될 사건이 찾아오게 된 날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왔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곧 그 깨달음의 시작은 몰라온, 혹은 부정해온 자신 속 끔찍한 모습과의 만남을 의미했다.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자신이 사랑함으로 인해 주변의 것들.. 2020. 11. 30.
상상병 환자 - 몰리에르 장바띠스뜨 뽀끌랭/몰리에르: 상상병 환자(1682). Changbi Publishers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몰리에르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 직접 극단을 만들고 극작품을 썼다고 했다. 자연히 본명은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 장바띠스뜨 뽀글랭. 「상상병 환자」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의 주인공 아르강을 연기하다가 무대에서 쓰러지고, 그대로 집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는 소개를 읽은 뒤론 작품의 무게가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수명이 긴 일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언젠가 펜을 잡지 못하게 되는 순간까지 창작을 하는 일은, 그 원천이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몰리에르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에 덧붙여 그는 자신의 꿈인.. 2020. 11. 23.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2)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1859).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누구 하나 얄궂은 이 없었고 누구 하나 마음 편히 미워할 수 없었다. 억압과 고난을 만들어낸 이들을 향해 쏟아낸 것은 또 다른 폭력이었다. 결국 다시 만들어진 생지옥은 어쩐지 비슷한 모양새였다. 명료하게 이성을 내세울 수 없는 환경은 자연스럽게 분노를 쏟아내기 좋은 곳이었고 뒤틀린 듯 기이한 모습의 시민들은 분노에 차있었다. 두 도시를 오가며 발생한 일들에 대하여 몇 명의 인물들이 만들어낸 「두 도시 이야기」의 끝은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시민'이었다. 전반부를 읽고 나서 우리에게서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단순히 우리에게만 비슷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무리를 이루고.. 2020. 11. 16.
침묵 - 돈 드릴로 돈 드릴로: 침묵(2020).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이전 집에 살았을 때 전국적으로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모두가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날 낮, 사방의 전원이 나가버린 날. 방과 후 집에 있었던 시간에 놀랐던 것이 기억이 난다. 베란다 문을 열고 바라본 바깥은 조용했다.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었다. 도로를 향해 서있는 신호등의 불이 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예쁘게 꾸며놓은 세상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정적이 가득했다. 이제야 생각해보지만 낮이라 다행이었던 게 아닐까. 집에는 꺼져버린 냉장고를 보며 걱정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뻔한 일상에 생긴 변화가 신기하기만 했고 두근거렸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 2020. 11. 9.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3 - 아르놀트 하우저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1999).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쌀롱 문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살롱이라는 표기가 맞는 걸까. 어찌 되었든. 쌀롱과 마담이라는 것의 어감이 그 시작에는 지금과 많이 다른 것이었음을 깨달았던 게 기억이 난다. 머리를 하는 헤어숍에서나 하는 말이 아니고, 조금 다양한 범주에서 해석되는 그 마담이 아닌 첫 시작은 지금과는 참 다른 것이었다. '생각'을 하는 '개인'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듣고, 모여드는 곳. 그곳이 바로 살롱이었다. 마담은 마치 수집을 하듯 명성이 자자한 지식인을 자신의 살롱에 모았다고 했다. 그들이 생각을 하게 지원하고 책을 쓰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끔 자신의 살롱을 활짝.. 2020. 11. 2.
사랑이 나에게 - 안경숙 안경숙: 사랑이 나에게(2019). 한길사 사실 처음부터 골라두었던 책은 아니었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하나 봐 두었는데, 그 책이 안타깝게도 절판이 되어 엉겁결에 고르게 된 것이 「사랑이 나에게」였다. 처음에 마음에 두었던 책은 「현대 미술의 여정」이었다. 딱히 특별한 어떤 얘기를 다뤄서 고른 건 아니었고 사실 무슨 내용을 다루는 책인지도 잘 몰랐다. 다만 그를 골랐던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삽입되어있다는, 그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큰 감흥을 받는 편이 아니라서 하물며 진짜 작품이 아닌 프린트된 그림을 보며 무언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한 번에 뒤집어지게 된 계기는 「그림의 힘」을 펼치며 시작되었다. 그림의 힘은 출판이 되었을 .. 2020. 10. 25.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 김치호 김치호: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2020). 한길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읽으며 알게 된 몇 가지 중 하나가 인간이 예술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별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몇 질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태초에는 예술적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기록을 위해 남긴 그림과 조각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풍류와 유희를 위한 수단으로 예술이 도입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이 참 묘한 부분이다. 수업에서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번식을 통한 자손의 연결이라고 한다. 원초적인 표현이라 질색할 수도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인간도 역시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인 생물이고 그렇기에 우리에겐 생존과 번영이라는 목적이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다.. 2020. 10. 25.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유병록: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2020).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둔감과 미련. 다르지만 비슷한 것. 나는 그중 미련함을 선물 받았다. 어릴 적 나는 조숙한 애늙은이였고, 지금에 와서는 침착하고 섬세한 사람이 되었다. 뒤늦게 밀려오는 슬픔에 잠겨 드는 것이 아니라, 홀로 조용히 슬픔을 맞아들이길 택했다. 왁자지껄함에 있어서도, 열화가 몰아쳐도, 가만히 서서 침착을 가장했다. 그것을 원해서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언젠가부터 그것에 익숙해진 나의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 역시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나 역시 울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힘껏, 목이 아파올 때까지. 조금씩 동화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알고 있다. 나를.. 2020. 10. 25.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1)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1859).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줄거리도 모르고 그냥 펼쳐본 책이었다. 덕분에 3장이 넘어가도록 무슨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지 감도 잡지 못했고 책 제목을 인터넷에 검색해볼까 하고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은 것을 정말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사실 지금도 정확히 딱 무어라 말하긴 참 어렵다. 절반을 넘게 지나온 페이지들이 한가득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찰스 디킨스가 전하고 했던 딱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등장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죽어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겠지 싶다. 자극을 위한 소재로 철저하게 개인적인 슬픔으로 지나치게 만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너 나할 것 없이 뛰어들어서 길.. 2020. 10. 19.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2 - 아르놀트 하우저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끄(1980). Changbi Publishers *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근 한 달 반여만에 돌아온 책,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이다. 수백 년의 시간에서 조금 더 가까워진 수백 년이 지난 시대의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를 다룬다. 두 번째 바라보는 익숙한 형태의 표지에 조금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조금 긴장이 될 정도로 '각을 잡아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책이었다. 조금만 참고 보다 보면 금세 두껍게 쌓인 페이지를 볼 수 있지만 그 참는 과정까지 내려오는 눈꺼풀을 붙들고 있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비슷한 책으로 샬럿 브론테의 책 「빌레뜨」가 떠오른다. 더딘 속도와 익숙하지 않은 세세한 표현이 참을 수가 없어 .. 2020. 10. 12.
박막례시피 - 박막례, 김유라 박막례시피 따라서 된장찌개, 가지볶음, 소시지야채볶음을 만들었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맛보기로 책 소개 겸으로 만들었던 카드 뉴스, 영상을 가져왔다. 먼저 카드 뉴스부터 보자면 《박막례시피 한상차림》 이름으로 만들어본 세 가지 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정리해봤다.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조리법이 있으니까 책을 통해서 보면 더 좋을 것 같고 예전에는 어떤 요리책 보고 감자조림인가 했다가 맛이 너무 없어서 놀라고 요리책이 있어도 손맛인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별 느낌 없이 했던 것과는 달리 예상보다 너무 맛이 있어서 놀라고 또 많이 믿게 됐다. 결국 좋은 레시피를 골라야 하는 건가? 어쨌든 이제 카드 뉴스를 볼 예정. (중간에 레시피 장면은 gif 파일) 연구실에서 선배들 눈치 보면서 이거 만들고 있는데 재미가 들.. 2020. 10. 8.
우리 술 한주 기행 - 백웅재 백웅재: 우리 술 한주 기행(2020). Changbi Publishers *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여름날 멀리 떠난 진도에서 찾은 것은 홍주 판매장이었다. 이렇다 할 테마를 잡고 움직이는 편이 아니라 가볍게 도착한 곳에서 우연히 찾게 된 것이 홍주 판매장이었을 뿐이다. 어느 누군가가 인터넷에 남긴 글 속에 있는 붉은 홍주의 모습이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홀린 것처럼 부랴부랴 검색을 해서 찾아갔더랬다. 근데 그게 그렇게 색다른 재미가 되었다. 어쩌다 한 번씩 찾는 박람회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사곤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배운 재미였다. 마시기를 즐기기보다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양새를 찾아 헤매고 그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구매를 하는 순간은 즐거움이 되었다. .. 2020.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