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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뜨 1 - 샬럿 브론테 샬럿 브론테 : 빌레뜨 1 (2020 개정판). Changbi Publishers 23살. 곧이어 찾아올 나의 나이. 그 나이에 그녀는 가족을 잃었다. 그것도 전부. 루시 스노우는 자신의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도움을 줄 친척도, 기댈 곳도 없어졌다. 한순간에 그녀를 정의하던 사회적 모든 구실이 사라진 것이다. 때때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내가 가진 것들이 과분하다고 느껴질 때, 행복한 마음이 가득해 이 순간의 상실이 두려워지기 시작할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고 그것이 내 삶의 위로이자 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욱 그 두려움이 자랐고 이 같은 생각을 한다. 내 곁에 있는 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면 나는 어떡하지? 내게 남은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길 수 있.. 2020. 7. 6.
한길사 대학생 서포터즈 3기 합격과 웰컴박스 연일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 구름 같은 멘털을 가진 내가 흩어지지 않고 이나마 버틸 수 있는 건 간간히 힘을 북돋워주는 이런 반가운 소식들 덕분인 것 같다. 혼자만의 존재로는 작은 자존감을 갖기가 어려워서였는지 꼭 어릴 적부터 늘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입지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하곤 했다. 그게 꼭 맞는 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새롭고 다양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갈 하게 된다. 온전한 자신을 인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고 늘 그렇게 다시 내 자리를 찾아서 도전하고 쓸어내리고 쌓아 올리길 반복한다. 그래도 이들에 소속되었음에, 나의 글로 인정을 건넨 분들 덕분에 오늘도 다시 힘.. 2020. 7. 2.
안나 까레니나 -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 안나 까레니나1 (2019). Changbi Publishers 알쓸신잡에서 소설가 김영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작가는 작품에 주제를 숨겨놓지 않는다고 독자들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타인을 잘 이해하게 되면 되는 거라고. 그분은 또 말하셨다. 대화의 희열에서 이런 말을 하셨다. 소설을 나와 다른 상황의 인물에게 공감하게 만들고, 그래서 나를 이해하게 된다고. 정말 존경하고 마주하게 된다면 마음 깊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이다. 글쎄 왜 내가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나하는 이유를 굳이 찾고 싶어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만 보고 있는 건 또래 아이들에게 지루한 일이었고 나는 그걸 청소년이 되어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그냥 그때부터 책을, 특히나 소설을 멀리했.. 2020. 5. 18.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김지혜 : 선량한 차별주의자 (2019). Changbi Publishers '결정장애' 저자를 일깨워준 한마디. 꼭 그런 말이 내게도 있다. '충(蟲)'이다.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언젠가 그 무렵부터 이 말은 유행이 됐다. 다수의 사람에게 소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충이 따라붙었다. 진지하기 그지없으면 진지충, 설명을 길게 하면 설명충, 자기 아이만 위하면 맘충... 나는 이 '충'자가 불쾌해 치가 떨린다. 마음대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또 차별이 아니냐고 할 텐가 그냥 이건 혐오 발언 딱 그뿐이다. 처음 이 말을 듣자 단순한 의문이 생겼다. '충은 벌레가 아닌가?' 사람한테 왜 벌레라 하지? 생물학 수업을 들으며 벌레의 가치,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곤 했다. 교수님들께서는 벌레가 꼭 징.. 2020. 5. 10.
초년의 맛 앵무 : 초년의 맛 (2017). Changbi Publishers 우리 가족은 어릴 적부터 여기저기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길 그렇게 좋아했다. 국내 곳곳 안 누비고 다닌 곳이 없을 지경인데, 가보면 알겠지만 하나 제대로 다녀온 곳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중학교 때도 사실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데 초등학생 때는 무엇하랴. 그냥 부모님은 그러려니 하시며 이것저것을 설명하며 기억을 되살려주시곤 한다. 근데 이렇게 기억이 좋지 않은 나지만, 요즘엔 그 장소에서 먹었던 것들은 찰떡같이 기억을 해내서 가족들을 웃기곤 했다. 당장 몇 년 전 일도 사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아니니 당당하지만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를 만큼 신기하게도 먹었던 것들은 그렇게 기억이 잘 난다. 이를테면 그때의 맛, 기억, 함.. 2020. 5. 3.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2013). Changbi Publishers 뭔가 신기한 느낌. 말할 수 없이 새롭고, 바로 그 새로움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달콤한 감각을 느꼈다. 무모한 충동,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처럼 맘껏 달리는 무질서한 감각적 이미지의 흐름, 도덕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감, 알지 못할 그렇지만 순진하지 않은 영혼의 자유가 내 내면에 있음을 의식했다. p. 100 최근 그런 일을 겪었다. 고열에 시달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던 경험.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몸도 내 맘같이 움직여주지를 않았던 게 기억이 난다. 작가에게 이러한 기점이 필요했던 것일까. 스티븐슨이 표현한 지킬과 하이드의 경계에는 .. 2020. 4. 26.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 Hamlet (2016). Changbi Publishers 등장인물을 볼 때서부터 궁금한 인물이 있었다. 오필리아. 영화 속 주인공 역시 오필리아다. 하 정말 안 본 눈 산다는 말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나는 그게 파시즘이 넘쳐 흐르는 전쟁 얘기일 줄 몰랐지 판타지 동화를 가장했던 판의 미로에서 동화 속 상상에 빠져 살다 결국 끔찍한 현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 오필리아가 햄릿에서는 어떤 인물일지 정말 궁금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햄릿」의 오필리아도 사랑이라는 낭만에 빠져 있다가 아버지와 햄릿이 남긴 지독한 현실에 미쳐 죽음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오필리아의 비중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햄릿의 약혼자로 햄릿.. 2020. 4. 13.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 곽한영 곽한영 :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2017). Changbi Publishers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혹시 누군가 그 자료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 두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p. 75 아련하고 따뜻한 것들로만 기억되었던 나날들이 깨어지는 기분은 정말 좋지 않다. 그래서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추억 속의 것들을 끄집어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동화로만 받아들여지지 못하니까. 아마 다른 사람은 또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동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글쎄 사실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단언할 만큼 자신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을 쉽게 지나치는 것은 또 아니라는 알량한 마음이 남아서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누가 강제하지 않았지만 .. 2020. 4. 6.
철학의 이단자들 - 스티븐 내들러/벤 내들러 Steven Nadler, Ben Nadler : Heretics!; 철학의 이단자들 (2019). Changbi Publishers 신이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있는 이 세계를 선택한 것을 보면, 아담과 이브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선악과를 먹은 것은 자유로운 선택이었어요. p. 88 책을 읽고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라이프니츠와 다른 아르노의 생각이 나의 것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나마. 라이프니츠는 애초에 여러 개의 세계가 존재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 세계 안에서 아담과 이브는 자유롭게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하나의 세계를 알고 있다. 아담과 이브의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신'의 선택에 따른 결.. 2020. 3. 30.
당신을 찾아서 - 정호승 정호승 : 당신을 찾아서 (2020). Changbi Publishers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나는 늙었다 늙은 어린이가 되었다 p. 35 「또다른 후회」 사랑한다 그 한마디 전하지 못한 후회를 품고 시인은 늙은 어린이가 되어버렸다. 애교를 가득 담아 쏟아내던 사랑의 말은 끈적하게 묻은 입술의 달고나가 되어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느 한순간도 다른 이를 사랑하지 않아 본 적이 없다. 부모와 가족을 사랑했고, 친구를 사랑했고, 스승을 사랑했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했다. 각기 다른 형태와 각기 다른 크기이지만 그 모든 것은 역시 온전한 내 마음이었다. 그러나 왜 지금 나는 이리 목석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는가. 사랑하는 마음을 외면하고 싶었다. 상처 받는 것이 두.. 2020. 3. 24.
저 청소일 하는데요? - 김예지 김예지(KOPILUWACK) : 저 청소일 하는데요? (2019) "우리는 다 다르게 살아간다" 우리는 다 다르게 살아가지만, 대개 같은 것들을 바라보며 살곤 한다. 일정한 틀이 있는 사회 안에 살기에 사람은 일을 하여 자신의 삶을 책임진다. 그 길에 정답은 없지만 '보편적인 이상'은 존재한다. 누가 들어도 알만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 높은 보수를 받는 것. 남부끄럽지 않은 명함을 내밀며 풍요롭게 사는 삶은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머릿속 깊이 박힌 '꿈'이 되어 있었다. 최근엔 그래도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 즐기고 잘하는 일 등 다양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그렇게 성공과 가치의 기준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나는 꿈을 물을 땐 되고 싶은 직업을 꼽기 바쁜 세대의 한 사람으로.. 2020. 3. 7.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 The Great Gatsby (1925) 낙엽 더미가 매트리스와 부딪치자 컴퍼스로 그린 듯한 붉은 원이 물 위에 생겼다. 우리가 개츠비를 떠메고 집으로 올라간 뒤, 정원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윌슨의 시체를 발견했다. 학살의 종결이었다. p. 189 대학에서 세미나를 위해 읽었던 책이다. 가볍게 집어 든 시작과 달리 책을 훑어내리는 사이, 어느새 깊이 침전되어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이 계속해서 머리를 맴돌았다. '왜?' 왜 그들은, 왜 그렇게, 왜? 도대체 왜. 방법이야 어떻든 개츠비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선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부와 명예는 단지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 2020.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