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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2017

by 민시원 2020.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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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12세 관람가

범죄/미스터리/드라마

폭력성 ★

선정성 ☆

공포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옳고 그름은 분명하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고, 엄마가 몇 번이고 말씀해오신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예상은 가능했다. 밀폐된, 어느정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탐정과 함께 남겨진 용의자들 서서히 드러나는 관계속에서 아, 이게 그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그렇게 널리 알려진 방법의 시초를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출처 : 다음 영화

 

 사람에 따라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을 법한 스토리다. 그러나 내게는 풀어져나가는 그 이야기들이 어찌 그리 절절하게 다가오던지.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자만한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모습에 질려하며 그저 보기만 했다. 그때 나를 이끈 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흘러나온 노래였다. 자꾸만 귀를 맴도는 멜로디에 ost를 찾아 듣게 되었고 그게 작품 속 허바드 부인 역을 맡은 미셸 파이퍼가 직접 부른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몇 번이고 가사를 읽고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듣고 있자면 눈물이 맺힌다. 그래서, 순전히 되새겨보고 싶은 그 마음으로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확실히 며칠을 Never Forget을 귀에 달고 살아서 인지 장면 하나하나 모두가 가슴에 와 닿았다. 왜 그런 모습을,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가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혹시나 영화를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여기서 돌아나가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곱씹을수록 마음을 움직이는 이 느낌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 아까운 것이라..

 

 

 

출처 : 네이버 영화

 

 감상에서 빠져 나와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영화 속 스토리를 이끄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를 맡은 케네스 브래너가 주연임과 동시에 감독을 맡았다. 역시 영화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말씀하시길 유명한 배우라고. 요즘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는 걸 즐기고 있는데 케네스 브래너가 나온 영화 중에 아는 건 신데렐라, 작전명 발키리, 해리포터 정도.. 록허트 교수였다니. 배우 활동을 계속하면서도 계속해서 메가폰을 잡아온 듯하다.

 

 

 

출처 : 다음 영화

 

 엄청난 연기력을 뽐내는 배우진도 정말 화려하다. 말로만 듣던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등도 있을뿐더러 아직도 내게는 M인 주디 덴치와 영원한 잭 스패로우, 조니 뎁 까지. 그리운 M 주디 덴치는 늘 M이라 불러왔기에 본명이 아직도 어색하다. 최근 봤던 여러 작품들에서도 얼굴을 종종 봐왔는데 얼굴의 주름마저 우아하고 멋스러운 배우다. 그런가 하면 조니 뎁은 살인 피해자를 맡아 죽임을 당하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인 느낌을 잘 살려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껏 비난의 화살을 보낼 수 있게 했달까.

 

 

 

출처 : 다음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맡은 에르큘 포와로는 앞서 말했듯이 매우 까탈스럽고 오만한 인물이다. 탐정이라는 역할에서 정해지는 것인지 다른 작품들의 탐정과 비슷하게 결벽증이 있고 깐깐하고 자신만의 기준이 굉장하다. 이를테면 정의와 인간, 범죄, 균열에 대한 것들. 수사 요청을 받고 이동하던 도중 발생한 살인 사건을 밝히는 것이 주 내용이다. 본인의 입으로 자신이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고 하는 그에게 사건의 본질은 밖이 아닌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밖은 과학이라 하는데, 그가 가진 심적 기준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열차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포와로는 본래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일들을 계속해서 부딪혀야 했다. 그때마다 액자를 들고 말을 건넨다. 캐서린 내 사랑.

 

 

 

출처 : 다음 영화

 

 범죄는 이상행동이라 영혼에 금이 갈 정도가 되어서야 인간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곳엔 영혼에 금이 간 사람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만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 많은 사람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것. 영혼에 금이 갈 만큼의 아픔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것이었다. 옳고 그름은 분명한 것이라 자신하던 포와로의 신념이 무너져 내릴 때 나 역시 그들의 고통 앞에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출처 : 다음 영화

 

 어찌나 감명이 깊었는지 계속해서 감동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답게 추리를 보는 재미도 있다. 포와로의 제시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듣는 것과 같지만 원작의 탄탄한 뒷받침 덕분에 그 나름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누군가, 혹은 모두가 거짓을 늘어놓기 때문에 그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수사물은 늘 흥미롭고 새롭다. 특히나 놀란 것은 독일 교수의 정체를 밝힐 때랄까. 소름이 돋았다.

 

 

 

출처 : 다음 영화

 

 특급 열차라는 배경에 걸맞게 눈 덮인 풍경 사이로 떠나는 열차는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어느새 눈이 안 오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는데 곧 우리나라에서 눈을 보지 못하게 될까 하는 우려가 종종 찾아올 때가 있다. 영화 속 눈은 고립된 환경을 만들어주는 장치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열차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 감정들에 더욱 몰두하게 만들어 준다. 그 덕분인지 추운 겨울이 되면 이 영화가 자꾸만 떠오른다. 단조로운 공간을 해소하고자 나오는 열차 밖의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리고 낯선 이들과 며칠씩을 붙어서 여행을 간다는 설정에 열차 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흥분을 덩달아 느낄 수 있었다. 살인사건이 났다는 설정은 비극적이지만 캐릭터 들의 옷, 행동, 배경은 선망하기에 좋은 것들이었다.

 

 

 

출처 : 다음 영화

 

 한편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남미계, 흑인 등 출신과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시대적인 배경 때문이겠지만 포와로가 사건을 맡게 된 이유도 실은 여기에 있었다. 경찰에 맡겨버리면 피부나 인종 때문에 몰려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말. 지금도 계속해서 차별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그 문제 하나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지 못하고, 어쩌면 그 삶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박탈감이 전해져 왔다. 물론 그렇다. 차별을 주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당함을 알아주는 이가 있고 해소를 위해 함께 발 벗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내가 언젠가 나만의 생각을 하게 되고 주체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 이후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지 불의에 맞서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어느새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나의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고 움직이며 나서지 못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자랑스럽고 떳떳한 인간으로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단지 조금 더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많은 영화에서, 많은 책에서, 많은 이들의 입과 손에서 전해지는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를 말할 수도 현재의 진행되는 일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단지 타협만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출처 : 다음 영화

 

 아직까지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들과의 이별을 겪어본 적이 없다. 아픔은 인간을 성장시킨다고는 하지만 겪어본적이 없기에 너무도 두렵고 언제까지는 겪고 싶지 않은 것이 죽음, 이별이다. 이를 경험했다면 영화를 보기까지의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데이지를 그리는 허바드 부인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영화. 꼭 한 번은 보시길.

 

 

"데이지 암스트롱의 피를 묻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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