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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매일연재 | 이혜미 - 테이블 위의 낱말들

by 민시원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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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hinh Le Duc on Unsplash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0월 맞이 새 시작으로 스위치 <매일연재> 읽기를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처음의 작품으로 고른 건 금요일에 연재되는 이혜미 시인의 「테이블 위의 낱말들」이다. 이 이야기가 연재되는 금요일이라는 요일도 좋았고 그 시간과 작품과의 연관도 좋았다.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바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평일날 읽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에세이라니.

 

 어쩐지 그리웠던 것 같기도 하다. 딱 작년 즈음. 그때부터 나는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여러 요리를 만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으며 가장 활발하게 요리에 도전했었다. 그리고 내 손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조차 시간의 사치라는 걸 절감하게 된 이후로 그 기회는 점점 더 요원해져 갔다. 짧게 연재되어 가고 있는 몇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없이 그리운 향수를 느끼고 마는 건 그 때문인 것 같았다.

 

 

 

Photo by Todd Quackenbush on Unsplash

 

 

요리를 할 때 가장 많이 가지게 되는 감정은 이상하게도 안정감과 소속감입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곧 속하게 될 음식이나 음료를 매개로 우리는 마주봅니다.

그것은 잠시나마 비슷한 성분을 공유하려는 일체감과도 연관되는 것 아닐까요.

 

- 「테이블 위의 낱말들」 0화 연재를 시작하며

 

 

지금 당장 기꺼이 요리할 여유가 없는 나는, 이혜미 작가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글로 음식을 차려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요리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함께 식탁을 차리는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음식을 만드는 동안 그 행위에 집중해있었다면 이혜미 작가는 요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재료들과 음식 자체에서 의미와 기억을 떠올린다.

 

 이를테면 가지는 어둡고 슬픈 분위기를 가진 존재였다. 많은 의혹들과 소문들에 휩싸인 듯 검푸른 외면을 가지면서도 깨끗하고 환한 속을 가진 식물이었다. 무겁지 않게 쓰인 글 덕에 독자의 입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몰입을 하며 재료들과 그들이 요리가 되어가는 과정, 테이블 위로 올라온 요리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곤 했다. 따뜻한 쌓인 이불을 닮은 요리 무사카와 켜켜이 잘 정돈된 마음을 닮은 멜란자네 같은 음식들이 그랬다. 전혀 알지 못했던 레시피에 머나먼 나라에서부터 온 요리이지만 그래도 하나의 식재료 '가지' 앞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carlos aranda on Unsplash

 

 

 글을 쓰는 것과 요리를 하는 행위가 때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했다. 작년 이곳에 요리 이야기를 해본 것도 요리를 하는 순간 떠오른 아주 사소한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리고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같이 공유되는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뜻하게 만들어진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완성된 글 한편을 좋아하는 이들과 공유하는 건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일이라 이 두 행위를 담은 글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번잡한 일들에 갑갑해져 오던 속이 풀어지는 금요일 밤, 침대에 누워 자기 전 한 편의 글을 볼 여유가 생겼을 때 찾으면 좋을 이야기다. 길지 않은 한 편을 마주하고 나면 어쩐지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간결한 문장에 깊이 있는 문장, 시와 요리 영상이라니. 무화과, 치즈, 꿀이 여름날 최상의 삼합이라면 이혜미 작가의 금요연재 「테이블 위의 낱말들」은 좋아하는 글과 시와 요리 영상이 만들어낸 최상의 휴식 삼합이 아닐까 싶다.

 

 

이혜미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매일연재 시리즈는 아래의 링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 시, 만화까지 매일 새로운 작품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이니 한 번쯤은 들러보심이 어떨까

성행하는 웹툰 시장만큼이나 좋은 글들을 마주할 수 있는 이 같은 플랫폼이 보다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이혜미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유튜브 채널도 있으니 이곳의 영상들도 보며 좋은 하루의 마무리가 되길.

 

 

 

https://switch.changbi.com/serial/book_info/51?bread_date=%EA%B8%88%EC%9A%94%EC%97%B0%EC%9E%AC

 

스위치 | Story with Changbi

 

switch.changbi.com

 

 

 

https://www.youtube.com/watch?v=pqIQutvk8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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