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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공동체 - 전치형, 김성은, 김희원, 강미량

by 민시원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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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형, 김성은, 김희원, 강미량: 호흡공동체(2021). Changbi Publishers

 


 

 

 

 

 손끝에 어색하게 감기는 재생종이의 거친 질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아주 느리지만 우리에게 다가올 더 큰 위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그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일들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했다. 체육시간은 물론이고 한 시간 가량의 점심시간, 짧은 10분의 쉬는 시간이 되기만 해도 밖으로 공을 들고나가는 애들의 모습을 봐왔던 내게 마스크를 끼고 체육을 배운다는 뉴스는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그날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일정 수치가 넘지 않아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이라니. 에어컨조차 없이 선풍기가 다인 교실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요즘의 학교에선 공기청정기를 두는 게 기본이 되어간단다. 황색으로 색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온 공기가 만들어낸 두려움, 공포의 결과였다.

 

 아무리 둔하다 해도 일부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환기를 하려다가도 SKT의 인공지능 '누구'를 불러서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보통을 넘어서는 순간 창을 열려던 마음은 돌아섰고 문을 다시 걸어 잠근 채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당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야 할 때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에 떨면서. 동시에 필터가 달린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유난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차단될 수 없고 분리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떨어져 나와서 나에게 주어진 주변의 것들만은 안전하길 바랐던 것 같다. 어쩌면 식물을 가득 키워내는 것도 그 작은 이기심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권리와 행동일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숨을 한 데 섞는 「호흡공동체」였다는 사실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몇 차례의 감염병이 매 해 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미세먼지의 두려움은 잠시 또 잊히는 듯했다. 메르스, 에볼라,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까지. 메르스로 인해 국내가 떠들썩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공기감염이 된다는 소식에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공포심이 잔뜩 높아지던 시기였다. 이곳저곳에는 손소독제가 놓였고 대화예절, 기침예절을 강조하는 캠페인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매일을 부딪히면서도 서로가 가진 매너 거리를 지키며 공기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던 어려움이 끝나자 20년 초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이전까지 생각도 못했던 마스크가 얼굴을 자연스럽게 덮기까지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마스크가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스크는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방어막이 되었다. 끊을 수 없는 호흡공동체를 더 확실하게 끊어내기 위한 고민과 기술들이 마스크에 담겼다. 너무 당연하고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주목하지 않았던 공기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 무색, 무취의 적과 싸우는 일은 너무도 지지부진했고 힘겨운 것이었다.

 

 폭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재난문자에 폭염에 대한 경고가 포함된 어느 날부터였을까. 여름은 시원한 계곡과 바다가 떠오르는 계절이 아닌 또 얼마나 무더울 것인가 하는 폭염에 대한 공포감이 서린 계절이 되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지금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폭염의 상황에서 다시 개인들은 창문과 문을 있는 대로 닫기 시작했다. 발전한 기술과 가전은 우리를 이 많은 위험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지켜줄 것 같았고 방안과 실내에 자의 혹은 타의로 갇혀서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점점 더 안으로 파고들수록 더 큰 면적을 홀로 차지하게 된 바깥세상에서는 계속해서 미세먼지와 코로나와 폭염 등 공기 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가두어진 채 주어지는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보전하기 위하여 뒤로 생겨나는 새로운 위험들을 당연히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외부와 더 철저히 우리를 분리해줄 새로운 마스크의 성능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은,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호흡공동체」라는 것. 그렇기에 효과가 뚜렷하지도 않고 비용이 많이 들며 느린 과정이라 할지라도 정확한 분석과 진단으로 원인과 핵심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걸음이 될 공기과학과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했다. 이는 미세먼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폭염 등의 일부 공기 위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이 많은 일 중 단 하나의 사안만 보더라도 전문가들은 다가올 미래의 위기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나와 늘 같은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가 아니다. 분명 우리의, 모두의 관심과 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하기에 멈출 수 없는 도돌이표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바로 지금 「호흡공동체」에서 펼쳐지고 있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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