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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웨이브 시네마틱드라마 SF8 만신

by 민시원 202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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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사회 속 인식과 행위의 괴리에 관하여 _ SNS 에세이  갈무리

 

 

모바일 디바이스를 비롯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장치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SNS 앱을 누를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으로 대표되는 SNS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공통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초연결’ 시대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당장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해도 굳이 그를 만나러 움직일 필요가 없고, 전화연결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SNS를 이용하기만 하면 한 자리에서 손쉽게 수십, 수만 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지구 반대편 국가의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SF 드라마 <만신>은 매일 자정 운세를 보여주는 인공지능 어플 ‘만신’에 중독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세의 적중률을 90퍼센트 이상까지 끌어올렸고, 사람들은 만신의 운세를 예언이라 믿으며 철저히 그에 따른 하루를 살아간다. 단지 앱 하나에 생활이 휘둘리고 국가 경제까지 침체된다는 내용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만신을 SNS로 바꿔 생각해보는 순간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된다. 소통의 제약을 허물어낸 위대한 혁신은 행복만을 보장하지 않았다.

 

 

 

 

 

 

SNS는 너무도 편리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그 말은 곧 편리한 삶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했다. 문제는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전에 없이 새로운 자극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정보, 사교, 오락 등의 SNS 이용 동기들이 형성되었다. 그 속에서 소통과 연결은 초기 SNS의 목적을 넘어서 하나의 의무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만신의 예언을 보지 않고 집 밖에 나설 수 있느냐’며 만신을 당연시 이용하던 모습처럼 SNS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다수로부터 한 걸음 멀어지는 고립을 의미했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새로운 피드를 확인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쉴 틈이 없었고 잠깐의 여유라도 생기면 SNS를 뒤적이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워졌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만끽하고 있지만 그만큼 피로하고 옥죄이고 있다.

 

 

 

 

 

소통은 늘 지속되어야 했기에 수용하고 처리할 정보는 흘러넘치는 수준이 되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과정에서 개개인은 서로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타인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행위가 하루 온종일 멈춰지지 않는 판옵티콘의 사회가 된 것이다. 불행한 점은 SNS에서의 감시와 통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용자 간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좀처럼 실체를 찾을 수 없는 ‘만신’처럼 SNS 자체에 거대 기업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이용자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한 채 휘둘리고 만다. <소셜 딜레마>에 출연한 개발자, 기업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걱정과 불안에 그치지 아님을 폭로한다. 실제 아무런 의심 없이 하는 사소한 행동들까지도 계산에 따라 유도된 결과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독한 반복 훈련을 받은 듯 우리는 한시라도 연결되지 않으면 외로움을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설령 이 위험을 알고 있다 한들 고요의 순간을 견디지 못하여 연결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쉽게 풀어낼 수 없는 쇠사슬을 온몸 가득 묶어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SNS를 그만뒀다는 유명인의 이야기는 대단한 결심 선언처럼 미디어에 등장한다. 이 순간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중독이 세계에 만연하여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가장 강력한 중독이다. 팬데믹에 의해 지속되는 물리적 단절이 SNS를 향해 등을 떠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깊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의식적으로 SNS와의 거리두기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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