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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 - 이다혜

by 민시원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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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내일을 위한 내 일(2021). Changbi Publishers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언젠가 마법처럼 시작된 멘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행동하고 실천에 나섬과 동시에 맞닥뜨리게 되는 거대한 불안과 흔들림 앞에 나는 너무도 쉽게 몸을 맡기곤 했다. 너무 높은 것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꿈은 높게 가지라고들 한다. 그 둘이 주는 괴리 사이에서 한층 더 불안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못된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되뇐다. 나만 이런 어려움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같은 힘겨움을 겪는다고. 남들에게 들으면 맥 빠지는 위로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을 나 스스로가 읊조리면 또 다른 의미가 생긴다. 마치 눈 앞의 시련이 아무것도 아니니 나도 그들처럼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샘솟는 말. 잘나게 태어나서 잘난 길을 걸어오고 당연한 성공을 거머쥐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어려움과 고난을 거쳐 현재 빛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큰 위안이 된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의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이렇듯 각기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니 사실은 이 책의 주인공은 이다혜 기자 겸 작가까지 여덟 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은 진로에 대한 불안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믿은 기록임을,

생각하기만큼이나 행동한 기록임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아직 이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조차 하기 어려운 지금 나의 과거를 되짚어본다. 분명 자신의 일을 향해 도전하고 변화에 나서고 노력한 이들처럼 나도 무언가 자취를 남겨왔을까?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공부에 매진하고 놀고 어영부영 성인이 되고 지금에 오기까지 내겐 내내 진로에 대한 불안감이 가슴을 옥죄여 왔다. 꿈,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자부하던 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고민거리들이 되었고 단일한 목표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뒤쳐진 것만 같은 초조함을 느끼게 했다.

 

 결국 나는 항상 매번 다른 진로를 꿈꿔왔던 것 같다. 명예와 인정을 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 꿈에 따라 대학에 왔고 이제 나는 지난 대학시절 동안 전공으로 삼았던 생물학을 뒤로하고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 매번 원래의 목표에서 방향을 틀어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때 마음에 남은 쓰린 자국이 곪아가는 것만 같다.

 

 막연하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자기소개서 앞에 또 머뭇거림이 길어진다. 나는 지나온 나의 길에 조차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데 어찌 이십 년, 삼십 년 뒤의 미래를 함부로 그려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때면 마치 소설가에 빙의한 것처럼 되지 않는 자신감을 머릿속에 세뇌시킨 뒤 술술 거짓말 같은 꿈을 마구 끄적여본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도대체 뭘 더 해야 하는 건지 구시렁거리면서 말이다.

 

 

 

 

 

 

 

 마치 소면처럼 쉽게 굽혀지지 않으면서도 조금의 충격이 와도 바스러지는 나와 달리 여기 이 멋진 일곱 명의 여성들은 한결같이 강인하면서도 유연하다. 체력적인 힘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미래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뜻에 따라 행동에 나서고, 여러 위협이 다가와도 유연하게 사고를 틀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생각만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 만으로 합리화를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버리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것 같다. 때론 행동에 나선다고 할지언정 이것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도움이 되긴 하는 건지 또 새로운 고민을 혼자 만들어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까지.

 

 답답하고 막연한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 이다혜 작가는 몸소 단순한 한 가지를 보여준다. 그 역시 현재도 자신의 커리어, 안목, 미래를 걱정하지만 기자로 시작한 일에서 나아가 작가로의 새로운 책으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는다. 당장 이것이 되든 안되든, 일단 부딪혀보자고. 그녀에게 책을 쓰는 행위가 열매를 맺는 또 다른 숲을 조성하는 일인 것처럼 우리도 무언가 시작하면 그것이 언젠가 숲을 이룰 연둣빛 새싹이 될 거라는 걸 말이다. 언제고 끝맺음을 하고 싶었던 이 많은 고민거리들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것에 힘이 부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지만 그냥 미뤄두기로 했다.

 

 나의 일에는 고민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커져갈 숲을 그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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