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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 조앤 라모스

by 민시원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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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라모스: 베이비 팜(2020). Changbi Publishers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종종 할리우드나 해외의 스포츠 기사들 중 출산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끌 때가 있었다. 내겐 너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말 '대리모'가 자유분방한 그들의 삶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커리어를 위해, 몸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저 자연스럽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그런 일처럼 편안한 태도였다. 그러나 나는 고리타분한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라 그것들이 마냥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며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마음 한편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역시나 그런 것도 나의 보수적인 정신의 증명인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군소리를 늘어놓기에 이 소설은 한마디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만든다. 마치 모두가 알고 있고, 그러나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가만히 보고 한숨만 내뱉게 만드는 무서운 것을 담고 있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우리는 알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라는 말이 왜 이런 곳에서 쓰이고 있는지를.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삶의 끝에 되돌아볼 하나의 목표는 역시나 그것뿐인 것일까. 아니 사실 그 속에는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사랑이 얽혀있다. 절대로 놓지 못할 무엇보다 삶의 최우선이 될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 배를 발로 차대는 아기들이 가져다 줄 찬란한 미래를 향한 사랑, 나의 손을 강하게 붙잡아줄 따스한 가족을 향한 사랑.

 

 

 

 

 

 

 

 근래에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주었던 느낌만큼이나 임신을 소재로 하는 소설은 낯설다. 그것이 사업의 대상이 되어 대대적인 대리모 리조트를 배경을 한다니 그 이질감은 더더욱 크게 다가온다.

 

 마치 말도 안 되는 밸런스 게임을 눈앞에 둔 것 같았다. 한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함으로써 걱정 없는 미래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알 수 없는 삶을 계속할 것인가. 물론 '골든 오크스 농장'을 찾는 호스트들은 당장의 삶을 살기가 어려워 선택이 아닌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른바 프리미엄 호스트는 젊고, 예쁘고, 유능하기까지 한 백인 여성들로 묘사된다. 아시아인도, 흑인도, 동남아 여자들도 모두 다 몇 단계의 검증을 거치고 나면 골든 오크스 농장의 호스트가 되어 9개월간 의뢰인들의 아기를 품게 된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통렬한 대비와 씁쓸한 것들을 목격했음에도 「베이비 팜」을 전후로 내 생각에는 달라진 점이 크게 없다. 여전히 대리모라는 것이 결코 합법적인 일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단지 그것이 나의 바람에 그칠 것만 같은 불안한 현실을 목도한 것 같아 조금은 무서워졌다. 요즈음의 시대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조금 더 정확히 알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과정을 배운다.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과 소모되는 수많은 것들, 또 그만큼 축복받아야 할 새 생명의 탄생까지 단순한 계산만으로는 답을 내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임신과 출산의 행위가 거래 대상이 되어 사업으로 발전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 순순히 거액을 내놓을 만큼 그들은 그것이 위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임을 알고 있는 것이고, 그만큼 '베이비 팜'의 계약이란 여성들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지나치게 친절한 메이와 코디네이터들, 사실은 원형감옥 팬옵티콘과 같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초호화 리조트의 생활, 각기 다른 이유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태아에 배가 부른 여성인물들.

 

 소설과 너무나도 닮은, 아니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는 이 사회에서는 누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슬픈 생각이 만연하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골든 오크스 농장'이 있을 것만 같다. 아니 있을 것이다. 그 거대한 흐름을 저지하고 나설 수도 없고 그저 쓸려 내려가는 거대한 물살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작은 인간으로서 온몸에 돋는 소름을 겨우 잠재우며 앉아있는다. 아무것도 감히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신성하고 타락한 이 곳에서 단지 이 모든 여성 인물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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