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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 3 -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by 민시원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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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 안나 까레니나3 (2019). Changbi Publishers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우리들에게 기차역이 남긴 인상은 그런 듯했다. 만남과 이별의 장소인 걸까. 시작을 하는 출발점일까. 나의 것을 털어내는 마지막일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소설은 19세기 러시아를 담고 있지만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 게 삶과 사람의 이야기라 그런가 싶다. 아니면 지금도 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그런 건가. 멀지 않은 어느 날 뉴스를 보며 혀를 찼다. 누군가의 끝맺음이 살아있는 누군가의 고통을 만드니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그렇게 나는 떠나간 자리를 치워야 할 그 사람들이 가여워 화가 났다.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낸 끝을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그 선택 때문에. 여전히 나는 이러한 생각을 지지하는지라 그녀를 막아 세워 저지하고 싶었다. 극적인 효과를 지어낸 행동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자아낼 뒷 일이 걱정되어서. 고고한 인형극 같은 귀족들, 그네들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지막 선택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런 거라 생각하고 싶다.

 

 

 

 

 

 

 

 고통과 분노만이 남은 그녀에게는 거리낄 게 없었다. 홀려버린 듯 열차의 틈새만 응시하는 눈길은 가슴을 조여왔다. 혼란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혼란, 그냥 그게 맞을 거라 느낀다. 그 아름답게 발하는 기색은 어디로 가버리고 원망스럽게도 그녀에게는 분노와 원망, 복수만이 가득 차올라 튀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뿐이었다. 어쩌면 그 처음 이후로 그녀는 늘 충동적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충동은 그녀를 완전하게 만들었고, 망가뜨렸다. 그저 온건한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어 바른 마음을 따라 멈춘 것으로 이야기를 새로 지어낸들 그게 완벽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무엇도 그녀에게 지나온 만큼의 행복과 충족감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그녀가 겪어온 어떠한 일도 이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멈췄지만 멈추지 않고 뻗어가는 이야기는 입을 다물게 하였다. 끝은 충동적으로 보일 것이다. 남겨진 것은 과정이 아닌 결과일 뿐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함께한 나로서는 아프고 복잡하고 슬펐다. 종내에는 함께 분노를 느꼈고 처절한 마음이 들었다.

 

 세 권의 시간 동안 많은 게 바뀌었다. 이들의 사랑도, 관계도, 나도. 모든 게 달라졌다. 완벽한 행복과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내지 못한 소설이 괴리감을 안겼다. 한편, 새로운 사랑과 삶을 시작한 이들이 나란히 놓여있는 게 위로가 되었다.

 

 

 

 

 

 

 

 일순간 그렇게 또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다는 게 무섭도록 실감되었다. 후회의 기색에 소름이 끼쳤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남겨진 사람들은 말한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어김없이 이 소설에도 주마등과 후회가 드러났다.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만이 남았다.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과 마주하고 있지만 궁금해졌다. 그 삶의 흐름을 따라온 나로서는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들 결과는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 이들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그럴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난데없이 놀란다. 그러나 분명해진 것이 있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여간이 아니며 충동질에는 강한 이끎이 있었다.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시간과 관계없이 치밀하고 가득한 무언가가 차있던 것이다.

 

처음의 만남이 자아낸 불안과 기시감이 모두 설명되었다. 정통으로 만들어낸 끝이다.

 

지나온 표지들이 선득함을 자아낸다.

왠지 머리가 어찔한 기분이 든다.

 

 

 

 

 

두 손을 짚고 가벼운 동작으로 금방 다시 일어날 것처럼 무릎을 꿇었다.

 

촛불이 어느 때보다도 밝게 타올라

이전의 암흑 속에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췄고,

결국 완전히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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